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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7

자기통제 연구가 말하는 것 — 의지력보다 환경

자기통제를 다룬 심리학 연구들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지점을 정리했습니다. 마시멜로 실험의 원래 결론부터 실행의도와 습관 연구까지, 의지력보다 환경 설계가 행동을 바꾸는 이유를 살펴봅니다.

자기통제를 다룬 심리학 연구를 한자리에 모아 놓으면 다소 김빠지는 결론이 나옵니다. 자기통제를 잘하는 사람은 유혹을 더 오래 참아내는 사람이라기보다, 참아야 할 상황을 애초에 덜 만드는 사람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연구들이 반복해서 가리키는 자리는 마음속의 힘겨루기가 아니라 그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무대입니다.

이 글에서는 널리 알려진 자기통제 연구를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잘 안 되는 이유가 의지의 부족이 아니라 설계의 부재일 수 있다는 관점을 함께 살펴봅니다.

마시멜로 실험이 실제로 보여준 것

월터 미셸이 1960년대 후반부터 진행한 지연 만족 실험은 가장 널리 알려진 심리학 연구 중 하나입니다. 아이 앞에 마시멜로를 하나 놓고, 실험자가 돌아올 때까지 먹지 않으면 하나를 더 주겠다고 말한 뒤 방을 나갑니다.

흔히 전해지는 이야기는 오래 기다린 아이가 나중에 더 잘 지냈다는 쪽으로 요약됩니다. 그러나 미셸이 공을 들여 기록한 것은 누가 기다렸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기다렸는지였습니다. 오래 버틴 아이들은 참을성이 남달랐다기보다 나름의 전략을 썼습니다. 눈을 가리거나, 등을 돌려 앉거나, 마시멜로를 하늘에 뜬 구름이라고 생각하는 식이었습니다.

미셸은 이를 뜨거운 체계와 차가운 체계로 설명했습니다. 맛처럼 욕구를 자극하는 속성에 주의가 가면 뜨거운 체계가, 모양처럼 중립적인 속성에 주의가 가면 차가운 체계가 작동합니다. 실제로 마시멜로를 뚜껑으로 덮어 두기만 해도 기다리는 시간은 크게 늘어났습니다. 아이의 성격은 그대로인데 배치만 바뀐 결과였습니다.

자기통제가 높은 사람은 무엇을 다르게 하는가

앤절라 더크워스와 마틴 셀리그먼의 연구에서 자기통제가 지능검사 점수보다 학기 성적을 더 잘 설명했다는 결과는 자주 인용됩니다. 그런데 하루 동안 겪는 욕구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게 한 경험표집 연구에서는 뜻밖의 그림이 나왔습니다. 점수가 높은 사람이 유혹을 더 자주 이겨낸 것이 아니라, 유혹 상황을 애초에 덜 마주쳤습니다. 억제의 승률이 높았던 것이 아니라 경기 자체를 적게 치른 셈입니다.

  • 유혹이 강한 장소와 시간대를 미리 피하는 선택을 자주 합니다
  • 중요한 행동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붙어 있어 결정을 새로 하지 않습니다
  • 자신을 신뢰하기보다 상황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 둡니다

환경이 행동을 움직이는 세 가지 경로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은 자칫 막연하게 들립니다. 연구들이 다루는 경로를 셋으로 나누면 훨씬 구체적입니다.

첫째는 마찰입니다. 어떤 행동에 도달하기까지 필요한 거리와 단계 수가 조금만 달라져도 선택 빈도는 크게 달라집니다. 손이 닿는 자리에 있는 것은 더 자주 선택됩니다.

둘째는 단서입니다. 웬디 우드를 비롯한 습관 연구자들은 습관이 맥락 단서에 붙어 자동으로 실행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같은 자리, 같은 시간대, 같은 알림음이 같은 행동을 불러옵니다. 이사나 새 학기처럼 맥락이 바뀌는 시기에 습관을 바꾸기가 수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셋째는 기본값입니다. 리처드 세일러와 캐스 선스타인이 정리한 넛지 논의의 핵심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벌어지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입니다. 알림이 켜져 있는 상태가 기본인지 꺼져 있는 상태가 기본인지가 하루의 집중을 좌우합니다.

실행의도, 계획의 형태를 바꾸는 방법

페터 골비처의 실행의도 연구는 계획의 내용이 아니라 형태를 다룹니다. 목표의도가 무엇을 하겠다는 진술이라면, 실행의도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지를 조건문으로 묶습니다. 월요일 저녁 일곱 시가 되면 집 앞 공원에서 삼십 분을 걷겠다는 문장이 그 예입니다. 형태만 바꾸었을 뿐인데 실행률이 달라지는 이유는 결정의 위치가 옮겨지기 때문입니다.

가브리엘레 외팅겐의 심적 대조 연구는 여기에 한 겹을 더합니다. 원하는 결과만 반복해서 상상하면 오히려 실행 에너지가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바라는 결과와 장애물을 나란히 놓고 대조한 뒤,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의 대응까지 준비해 두는 절차가 더 잘 작동합니다.

  • 시점 — 요일과 시각, 또는 선행 행동이 끝나는 순간
  • 장소 — 그 행동이 일어나는 물리적 자리
  • 행동 — 관찰 가능한 크기로 쪼갠 최소 단위
  • 예외 대응 — 방해가 생겼을 때 대신 취할 한 가지 행동

두 가지 접근을 비교하면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자아고갈 이론은 자기통제를 근육에 빗댑니다. 이후 연구에서 해석이 갈리는 지점이 생겼지만, 의지력이 줄어드는 자원이든 아니든 하루에 내려야 하는 결정의 수를 줄이는 설계는 이롭습니다.

구분 의지력 중심 접근 환경 중심 접근
전제 결심이 행동을 만든다 상황이 행동을 부른다
개입 시점 유혹을 마주한 순간 유혹을 마주하기 전
필요한 자원 그때그때의 주의와 억제 한 번의 준비와 배치
잘 풀리지 않을 때 해석 내가 약했다 설계를 손볼 때가 되었다
관련 연구 지연 만족, 자아고갈 습관 연구, 실행의도, 넛지

두 접근이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환경을 먼저 정리하고 남은 부분을 의지로 감당하는 편이 수월합니다.

일상에 적용해 보는 순서

거창한 개편보다 한 장면에서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최근 계획이 흐트러진 장면을 고르고 무엇이 신호였는지 찾습니다. 하려는 행동은 한 단계 가깝게, 줄이려는 행동은 한 단계 멀게 만듭니다. 그리고 실행의도 문장을 한 줄 쓴 뒤 관찰하며 다듬습니다.

이렇게 정리해도 마음이 계속 무겁게 눌려 있다면 행동 설계와는 별개로 마음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청년미래전략연구소는 CBT 설문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상담을 운영하고 있어, 자신의 상태를 차분히 확인해 보고 싶을 때 이용해 볼 수 있습니다. 진행 방식은 상담 신청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의지력은 타고나는 성향이 아닌가요?

기질적인 차이는 존재합니다. 다만 연구들이 보여 준 것은 같은 사람도 상황 배치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마시멜로에 뚜껑을 덮는 것만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난 결과가 좋은 예입니다.

마시멜로 실험 결과가 뒤집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후속 연구에서 가정 환경과 사회경제적 배경을 함께 고려하자 장기 예측력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인내심만으로 설명하던 이야기가 환경의 몫을 포함하는 쪽으로 넓어졌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환경을 바꾸기 어려운 곳에서는 어떻게 하나요?

공간을 마음대로 바꾸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정할 수 있는 요소는 남아 있습니다. 알림 설정, 물건을 두는 자리, 특정 시간대의 동선 같은 것들입니다. 작은 단위에서 마찰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만들어집니다.

습관이 자리 잡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필리파 랠리 연구진의 관찰 연구에서는 행동이 자동화되기까지 평균 두 달 남짓이 걸렸고 개인차가 컸습니다. 기간을 세기보다 같은 단서에서 반복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편이 낫습니다.

자기통제와 동기는 어떻게 다른가요?

동기는 방향과 이유에 관한 것이고, 자기통제는 그 방향을 유지하는 과정에 관한 것입니다. 동기가 충분해도 상황이 어긋나면 행동은 흔들리고, 환경이 정리되어 있으면 동기가 평범한 날에도 행동이 유지됩니다.

마치며

자기통제 연구의 흐름은 개인의 내면에서 상황의 구조 쪽으로 조금씩 이동해 왔습니다. 오래 버틴 아이들은 배치를 영리하게 바꾸었고, 자기통제가 높은 사람들은 유혹을 이겨냈다기보다 덜 마주쳤습니다. 실용적인 질문은 어떻게 더 참을 것인가가 아니라 참을 일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가깝습니다. 오늘 한 장면을 골라 배치를 조금 바꿔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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