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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5

회복탄력성 연구 — 흔들린 뒤 돌아오는 힘

회복탄력성은 소수가 타고나는 특별한 자질이 아니라 평범한 조건들이 겹쳐 만들어지는 과정입니다. 카우아이섬 종단연구부터 상실 이후의 반응 궤적까지, 흔들린 뒤 돌아오는 힘에 관한 심리학 연구를 정리했습니다.

회복탄력성 연구가 반세기 동안 쌓아 올린 결론은 생각보다 담백합니다. 크게 흔들린 뒤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은 소수의 사람만 타고나는 희귀한 자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미 갖춰져 있는 평범한 조건들이 겹쳐질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결과에 가깝다는 쪽으로 연구의 무게가 옮겨졌습니다.

두 번째 결론은 회복탄력성이 고정된 성격이 아니라 상황과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한 영역에서 잘 버티던 사람이 다른 영역에서는 크게 흔들리기도 하고, 스무 살에 취약했던 사람이 서른 살에는 훨씬 단단해지기도 합니다. 연구자들이 회복탄력성을 명사보다 동사에 가깝게 설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카우아이섬 종단연구와 그 이후의 연구들이 무엇을 발견했는지, 이 개념이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읽히는지를 차례로 정리합니다. 널리 알려진 이론과 연구자를 중심으로 다루되, 특정 연도의 정확한 수치를 단정하기보다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것

회복탄력성이라는 단어는 원래 심리학의 용어가 아니었습니다. 재료공학에서 외부의 힘을 받아 변형된 물체가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가는 성질을 가리키던 말이 심리학으로 건너왔습니다. 이 어원은 개념의 핵심을 잘 담고 있습니다. 힘을 전혀 받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힘을 받아 실제로 휘어진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심리학에서 회복탄력성이라고 부르려면 보통 두 가지 조건이 함께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째, 발달이나 적응을 위협할 만한 실제 역경이 있었어야 합니다. 둘째, 그 역경에도 불구하고 적응적인 기능이 유지되거나 회복되었어야 합니다.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는 사람이 잘 지내는 것은 회복탄력성이 아니라 그저 순탄한 환경의 결과로 봅니다.

여기서 자주 놓치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회복탄력성은 눈으로 직접 관찰되는 실체가 아니라 결과를 보고 뒤에서 붙이는 추론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몸 안에서 회복탄력성이라는 물질을 꺼내 볼 수 없습니다. 역경이 있었고 그 뒤의 적응이 예상보다 좋았다는 두 사실을 확인한 다음, 그 사이를 설명하기 위해 이 개념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이 분야의 연구는 언제나 무엇이 역경이고 무엇이 좋은 적응인가를 정의하는 문제에서 시작합니다.

비슷해 보이는 개념들과 구분해 두면 이해가 쉬워집니다. 대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용하는 구체적인 전략을 뜻하고, 강인성은 통제감과 몰입, 도전을 즐기는 성향을 묶은 성격적 특성에 가깝습니다. 외상후성장은 큰 사건을 겪은 뒤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삶의 우선순위가 재편되는 변화를 가리킵니다. 회복탄력성은 이 개념들과 겹치면서도, 결과로서의 적응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구별됩니다.

카우아이섬에서 시작된 40년의 추적

회복탄력성 연구가 학계의 관심을 끌게 된 계기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이 에미 워너와 루스 스미스가 수행한 카우아이섬 종단연구입니다. 연구진은 하와이 카우아이섬에서 1955년에 태어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표본을 골라 뽑은 것이 아니라 그 해에 태어난 아이들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이 연구의 힘이었습니다. 추적은 유아기와 아동기를 지나 청년기와 중년기까지 수십 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연구의 출발점은 사실 낙관적인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의 관심사는 빈곤, 출생 전후의 합병증, 가정 내 불화, 양육자의 정신건강 문제 같은 위험요인이 어떻게 좋지 않은 발달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연구진은 여러 위험요인이 동시에 겹친 고위험 집단을 따로 구분해 두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발견은 이 고위험 집단 안에서 나왔습니다. 상당수의 아이들이 위험요인의 누적에도 불구하고 학업과 직업, 관계에서 무리 없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여러 교과서가 이 비율을 대략 세 명 중 한 명 정도로 소개합니다. 정확한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이 집단이 예외적인 소수가 아니라 무시할 수 없는 규모였다는 점입니다.

연구진은 이 아이들에게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조건들을 정리했습니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은 부모가 아니더라도 최소 한 명의 안정적인 돌봄 제공자가 곁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조부모나 친척, 이웃, 교사가 그 자리를 채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이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주변 어른의 호감을 이끌어 내는 기질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고, 학교나 종교 공동체 같은 가정 밖의 지지 자원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발견은 회복의 시점이 아동기에만 열려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청소년기까지 어려움을 겪던 사람들 가운데 성인이 된 뒤 안정적인 배우자를 만나거나, 직업 훈련을 받거나, 새로운 공동체에 소속되면서 궤도를 바꾼 사례가 적지 않게 관찰되었습니다. 인생의 전환점이 늦게 찾아올 수 있다는 이 관찰은 이후 발달심리학의 중요한 논점이 되었습니다.

이 연구가 학계에 남긴 또 다른 유산은 연구를 설계하는 방식 자체에 있었습니다. 특정 시점에 문제를 겪는 사람만 모아 놓고 원인을 되짚는 방식으로는 잘 지내는 사람들이 애초에 시야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태어난 아이들 전체를 오랜 기간 따라간 덕분에 위험요인의 반대편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함께 볼 수 있었고, 이후의 발달 연구들이 보호요인을 정식 변수로 다루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평범한 마법이라는 표현이 뜻하는 바

카우아이섬 연구와 나란히 언급되는 이름이 노먼 가메지입니다. 그는 조현병을 겪는 부모의 자녀들을 연구하다가, 예측과 달리 잘 지내는 아이들의 존재에 주목했습니다. 이 관심은 이후 역량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한 일련의 연구로 이어졌고, 위험요인을 세는 접근에서 보호요인을 함께 보는 접근으로 시선을 옮기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 흐름을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한 사람이 앤 매스턴입니다. 그는 회복탄력성을 평범한 마법이라고 불렀습니다. 언뜻 모순처럼 들리는 이 표현의 뜻은 분명합니다. 역경을 딛고 잘 자라는 일이 놀랍게 보이지만, 그 뒤에서 작동하는 것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대체로 갖추고 있는 기본적인 적응 체계라는 것입니다.

매스턴이 정리한 기본 적응 체계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 양육자와 맺는 애착 관계, 그리고 이후의 친밀한 관계
  • 주의와 정서를 조절하는 자기조절 능력
  • 목표를 세우고 성취에서 보상을 느끼는 동기 체계
  • 배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 능력
  • 소속감을 제공하는 가족, 학교, 공동체, 문화

이 목록이 던지는 함의는 개입의 방향과 직결됩니다. 회복탄력성이 특별한 개인의 자질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사람을 찾아내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기본 적응 체계의 작동 결과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이가 신뢰할 만한 어른과 연결되도록 돕고, 학교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자기조절을 배울 기회를 만드는 일이 곧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일이 됩니다. 개인의 의지에 기대는 대신 체계를 지키는 쪽으로 초점이 옮겨지는 것입니다.

상실 이후 사람들이 지나가는 궤적

성인이 겪는 상실과 외상에 대해서는 조지 보나노의 연구가 널리 인용됩니다. 그는 사별과 재난 이후 사람들의 심리적 상태를 한 시점에서 보는 대신, 여러 시점에 걸쳐 반복 측정하고 그 변화의 모양을 유형으로 묶었습니다. 이 접근에서 드러난 그림은 그전까지의 통념과 상당히 달랐습니다.

전통적인 관점은 큰 상실을 겪으면 누구나 깊은 고통의 시기를 거치며, 그 고통을 충분히 통과해야만 회복이 온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반복 측정 자료에서는 여러 갈래의 경로가 함께 관찰되었습니다. 흔히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됩니다.

궤적 모양 설명
회복탄력 낮은 수준 유지 사건 직후 일시적으로 흔들리지만 기능 저하가 크지 않고 오래가지 않습니다
회복 상승 후 하강 초기에 뚜렷한 고통을 겪고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이전 수준으로 돌아옵니다
만성 높은 수준 지속 사건 이후의 고통이 상당 기간 줄지 않고 이어집니다
지연 뒤늦은 상승 초기에는 큰 변화가 없다가 시간이 지난 뒤 어려움이 두드러집니다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된 것은, 이 가운데 회복탄력 궤적이 드문 예외가 아니라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이 발견의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큰일을 겪고도 크게 무너지지 않는 것이 감정을 억누른 결과이거나 애정이 부족했다는 신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반대로 오래 힘든 사람도 정해진 일정표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여러 경로 가운데 하나를 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궤적이라는 개념이 유용한 이유는 시간을 계산에 넣기 때문입니다. 한 시점의 점수만 보면 지금 힘든 사람과 계속 힘들 사람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반복해서 관찰해야만 방향이 보입니다. 이는 자기 상태를 스스로 살필 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오늘 하루의 기분보다 몇 주 단위의 흐름이 더 많은 정보를 줍니다.

회복탄력성을 떠받치는 조건들

마이클 러터는 보호요인을 단순한 목록이 아니라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어떤 요소가 있으면 좋다는 식의 정적인 설명 대신, 위험이 다음 위험으로 이어지는 연쇄를 어디에서 끊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정의 어려움이 학업 중단으로, 학업 중단이 불안정한 취업으로 이어지는 연쇄가 있다면, 그 사이 어느 고리를 끊는 개입이 실제 효과를 냅니다.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조건들은 대체로 세 수준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수준 대표적인 요소 실제 모습
개인 자기조절, 문제해결, 자기효능감, 의미부여 감정을 알아차리고 다루는 능력, 할 수 있다는 감각
관계 안정적인 애착 대상, 또래, 멘토 힘들 때 연락할 사람이 최소 한 명 있는 상태
환경 학교, 직장, 지역사회, 제도적 지원 소속된 곳이 있고 필요할 때 이용할 창구가 있는 상태

세 수준 가운데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묻는다면, 연구들이 가장 일관되게 가리키는 것은 관계입니다. 카우아이섬 연구의 안정적인 돌봄 제공자, 매스턴의 애착 체계, 성인 대상 연구의 사회적 지지는 모두 같은 곳을 향합니다. 사람은 혼자 회복하기보다 누군가와 연결된 상태에서 회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인 수준의 요소들도 관계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자기조절 능력은 대체로 다른 사람과 함께 조절하는 경험을 통해 자랍니다.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가라앉히기 전에, 누군가 곁에서 그 감정을 알아주고 이름을 붙여 주는 과정을 먼저 거칩니다. 성인도 다르지 않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누군가에게 말로 옮기는 과정 자체가 조절의 일부로 작동합니다.

어떻게 측정하고, 어떻게 오해되는가

회복탄력성을 재는 도구로는 코너와 데이비드슨이 개발한 척도가 가장 널리 쓰이고, 성인용 회복탄력성 척도를 비롯한 여러 도구가 함께 사용됩니다. 국내에서도 여러 연구진이 한국판 척도를 타당화해 사용해 왔습니다. 이런 도구들은 대개 자기보고 방식으로,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반응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습니다.

자기보고라는 특성은 결과를 읽을 때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점수는 실제 행동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반영합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시기와 맥락에 따라 응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척도 점수는 진단이라기보다 지금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정리해 주는 참고 자료에 가깝습니다.

개념이 대중화되면서 자주 생기는 오해도 몇 가지 정리해 둘 만합니다.

  • 회복탄력성이 높으면 힘들지 않다 — 연구가 말하는 것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고통을 느끼면서도 일상의 기능을 유지하거나 되찾는 과정입니다.
  • 회복탄력성은 개인의 문제다 — 연구의 무게중심은 오히려 관계와 환경에 있습니다. 개인의 마음가짐만으로 설명하면 정작 바꿀 수 있는 조건을 놓치게 됩니다.
  • 한번 갖추면 유지된다 — 같은 사람도 시기와 영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지금 흔들린다고 해서 이전의 회복이 가짜였던 것은 아닙니다.
  •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다 — 상황을 정확하게 보면서 대응 가능한 부분에 집중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어려움을 축소해서 보는 것과는 다릅니다.

일상에서 기를 수 있는 것들

연구가 가리키는 방향을 생활의 언어로 옮기면 몇 가지로 정리됩니다. 화려한 기법보다 기본적인 조건을 관리하는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첫째는 관계 자원을 점검하는 일입니다. 힘들 때 연락할 사람이 최소 한 명 있는지, 그 관계가 최근에도 유지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드는 것보다 이미 있는 연결을 되살리는 편이 대개 수월합니다.

둘째는 몸의 리듬을 지키는 일입니다. 수면과 식사, 활동량은 감정 조절의 토대가 됩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 마음만 다루려 하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잠자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조절 능력의 기초를 회복시켜 줍니다.

셋째는 해석의 폭을 넓히는 일입니다. 같은 사건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이후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인지행동치료 계열의 접근은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알아차리고, 그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그렇지 않은 근거를 함께 살펴보는 훈련을 다룹니다. 생각을 억지로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하나뿐이라고 느껴지던 해석 옆에 다른 가능성을 놓아 보는 연습에 가깝습니다.

넷째는 작은 숙달 경험을 쌓는 일입니다. 크게 흔들린 시기에는 무엇도 통제할 수 없다는 감각이 커집니다. 이때 규모가 작더라도 끝까지 해내는 경험이 통제감을 되돌려 줍니다. 방 한 칸 정리하기,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하기처럼 성공 여부가 분명한 일이 도움이 됩니다.

혼자 정리하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구조화된 도움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청년미래전략연구소는 인지행동치료 이론에 기반한 비대면 설문 방식으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정리해 볼 수 있는 상담을 제공합니다. 진행 방식이 궁금하다면 상담 신청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회복탄력성은 타고나는 것인가요?

기질처럼 타고나는 부분이 관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구들은 환경과 경험의 몫을 더 크게 봅니다. 카우아이섬 연구에서 잘 자란 아이들의 공통점도 개인의 특성보다 곁에 있던 사람과 소속된 공동체 쪽에 더 많았습니다. 타고난 조건은 출발점을 정할 뿐 도착점을 정하지는 않는다고 이해하시면 무리가 없습니다.

힘든 일을 겪고도 담담하면 감정을 억누르는 건가요?

반복 측정 연구에서 사건 이후에도 기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궤적은 드물지 않게 관찰됩니다. 담담한 반응이 곧 억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다만 스스로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껴진다면 그 감각 자체를 살펴볼 이유가 됩니다.

회복에 걸리는 시간은 정해져 있나요?

정해진 일정표는 없습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사람마다 지나가는 경로가 다르고, 초기에는 잔잔하다가 나중에 힘들어지는 경우도 관찰됩니다. 한 시점의 상태보다 몇 주에서 몇 달 단위의 흐름을 보는 편이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회복탄력성 척도 점수가 낮게 나오면 어떻게 해석하나요?

척도는 진단 도구가 아니라 지금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정리해 주는 참고 자료입니다. 점수는 시기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최근의 스트레스 수준이 크게 반영되기도 합니다. 숫자 자체보다 어떤 문항에서 낮게 응답했는지를 살펴보는 편이 더 많은 정보를 줍니다.

회복탄력성과 외상후성장은 같은 개념인가요?

다릅니다. 회복탄력성은 역경 이후에도 기존의 기능을 유지하거나 되찾는 쪽에 초점을 두고, 외상후성장은 사건을 계기로 삶의 우선순위나 관계가 이전과 다르게 재편되는 변화를 가리킵니다.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나기도 하고 따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마치며

회복탄력성 연구가 반복해서 가리키는 곳은 개인의 특별한 자질이 아니라 관계와 환경, 그리고 일상의 기본 조건입니다. 흔들린 뒤 돌아오는 힘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고통을 느끼면서도 일상을 이어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지금 흔들리고 있다면 그것은 회복탄력성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라 회복이 시작되는 지점일 수 있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 몸의 리듬, 해석의 폭처럼 손댈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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