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기간에는 마음이 급해집니다. 급한 마음은 판단 기준을 느슨하게 만들고, 이상한 공고들은 정확히 그 틈을 노립니다. 처음 구직을 하는 사람일수록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감각이 아직 없어서 당하기 쉽습니다. 이 글은 지원 버튼을 누르기 전에 확인할 일곱 가지를 정리합니다. 몇 분이면 끝나는 확인이지만, 시간과 돈과 개인정보를 지켜 줍니다.
첫째, 돈을 요구하면 걸러냅니다. 교육비, 교재비, 장비 보증금, 유니폼비. 명목이 무엇이든 입사 과정에서 지원자에게 돈을 내라고 하는 곳은 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정상적인 회사는 채용에 드는 비용을 회사가 부담합니다. "취업 후 급여에서 공제"하는 방식도 같은 부류입니다.
둘째, 직무 설명이 흐릿하면 의심합니다. "간단한 사무 보조", "초보 가능, 고수익" 처럼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데 조건만 좋은 공고가 위험군입니다. 정상 공고는 담당 업무와 자격 요건이 구체적입니다. 일의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개 둘 중 하나입니다. 설명하면 지원자가 사라지는 일이거나, 애초에 채용이 목적이 아니거나.
셋째, 회사의 실체를 확인합니다. 회사명을 검색해 홈페이지와 주소가 나오는지, 국세청 사업자등록 상태 조회에서 정상 사업자인지 봅니다. 공고에 회사명이 아예 없거나, 검색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거나, 주소가 공유 오피스 한 칸인데 대규모 채용을 한다면 신중해야 합니다. 회사는 실재하는데 공고만 이상한 경우도 있으므로, 그 회사 공식 채널에 같은 공고가 있는지 대조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넷째, 연락 방식을 봅니다. 지원 접수나 면접 안내를 개인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으로만 하자는 곳, 공고에 있는 번호가 대표번호가 아니라 개인 휴대폰뿐인 곳은 위험 신호입니다. 면접 없이 바로 합격을 통보하는 곳, 오늘 안에 결정하라고 재촉하는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상 채용은 절차가 있고, 절차는 시간이 걸립니다.
다섯째, 개인정보 요구 시점을 봅니다. 이력서에 들어가는 기본 정보를 넘어, 계좌번호, 신분증 사본, 공인인증 정보를 채용 확정 전에 요구하면 멈춰야 합니다. 특히 계좌와 통장은 어떤 명목이든 채용 과정에서 넘겨줄 이유가 없습니다. 통장 대여는 피해자가 아니라 범죄 가담자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여섯째, 급여 구조를 확인합니다. 기본급 없이 실적 수당만 있는 구조, 첫 달은 교육 기간이라 무급이라는 조건, 공고의 급여와 면접에서 말하는 급여가 다른 경우를 확인합니다. 급여는 근로계약서에 적히기 전까지는 말일 뿐이므로, 계약서 작성 전에 일을 시작하라는 요구도 거절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일곱째, 후기를 검색합니다. 회사명과 함께 후기, 면접, 사기 같은 단어를 붙여 검색해 봅니다. 같은 피해를 겪은 사람들의 기록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후기가 없다는 것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고, 이름을 바꿔 가며 활동하는 곳도 있으므로 다른 항목들과 함께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일곱 가지에 걸리지 않아도 마음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다면, 확인 질문을 만들어 직접 물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원 전이라도 공고에 있는 연락처로 담당 업무의 하루 일과, 근무 장소, 계약 형태를 물을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회사는 이런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고, 이상한 곳은 답을 피하거나 일단 와 보라고 합니다. 질문에 대한 반응 자체가 가장 정확한 판별 도구인 셈입니다. 면접을 보러 가서도 판별은 계속됩니다. 면접 장소가 사무실이 아닌 카페나 외부 공간이라면, 면접보다 계약서 서명을 서두른다면, 그 자리에서 결정을 강요한다면 걸어 나와도 됩니다. 면접은 회사가 나를 보는 자리이면서 내가 회사를 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구직 플랫폼의 신고 기능도 알아 두면 좋습니다. 주요 채용 사이트들은 이상한 공고를 신고받아 내리는 절차를 운영합니다. 내가 걸러낸 공고를 신고해 두면 다음 사람이 같은 공고에 시간을 쓰지 않게 됩니다. 몇 초의 신고가 만드는 공익이 생각보다 큽니다.
마지막으로 심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상한 공고는 논리가 아니라 조급함을 공략합니다. 지원이 길어지고 통장이 얇아질수록 "고수익", "즉시 채용" 같은 말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어는 판별 목록과 함께, 조급함을 관리하는 자기만의 장치를 두는 것입니다. 지원 현황을 표로 관리하며 진행 중인 건수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 생활비의 하한선을 미리 계산해 실제 남은 시간을 아는 것.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아는 사람은 서두르되 홀리지 않습니다.
이미 이상한 곳에 정보를 넘겼거나 돈을 냈다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 신고할 일입니다. 고용노동부 상담 창구나 경찰 사이버 수사 접수를 통해 대응할 수 있고, 기록을 남겨 두면 같은 수법의 다음 피해를 줄이는 데도 쓰입니다. 급할수록 확인하고, 확인한 다음에 지원하는 것. 구직의 속도는 지원 버튼을 빨리 누르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걸러낸 공고에 좋은 서류를 내는 데서 나옵니다.
